영화 편집
영화 편집의 마술
김진희가 쓴 <<영화 편집>>
영화는 카메라와 스크린 사이에 있다
카메라가 찍은 것이 스크린에 보이는 것이라면 영화는 쉽다.
그러나 그런 영화는 아무도 보지 않는다.
찍은 것과 보는 것 사이에서 이미지를 이야기로 만드는 기술,
우리가 보는 것은 편집이다.
“어느 순간 관객은 영화와 하나가 된다. 자기도 모르게 영화 속으로 빠져들도록 관객을 매혹시키는 마술, 그것이 바로 영화 편집이다.”
‘마술사가 보이지 않는 마술’, <<영화 편집>>, v쪽.
무엇이 마술인가?
영화를 볼 때 우리는 눈앞에 펼쳐진 영상을 마치 현실인 것처럼 느낀다. 하지만 그것은 편집의 결과다. 같은 촬영본도 편집이 다르면 다른 영화가 된다. 마술 아닌가?
편집은 뭘 만드는가?
관객이 보는 영화는 2시간 남짓이지만 촬영한 영상은 수십 배나 된다. 그 가운데서 적절한 숏을 선택하고, 연결하고, 조정해 장면과 시퀀스를 구성하고 전체 이야기의 흐름을 만드는 작업, 곧 우리가 보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 편집이다.
숏이 뭔가?
완성된 영화에서 단절되지 않고 보이는 영상을 말한다. 편집의 기본 단위다.
편집자는 숏에서 무엇을 보는가?
이미지, 사운드, 배우의 동작, 시선, 감정을 본다. 장면의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요소를 거의 동시에 파악해 숏을 연결한다.
숏의 연결과 영화의 차이는 뭔가?
숏들을 연결하면 장면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각 장면들이 인과관계에 따라 흥미롭게 진행되도록 하나의 큰 이야기로 구성한 것이 ‘영화’다.
이야기를 편집이 만드나, 시나리오가 만들지 않나?
영화 제작 과정에서 이야기는 세 번 써진다. 작가에 의해 시나리오로 완성된 이야기는 감독에 의해 촬영 현장에서 재탄생된다. 그런데 막상 편집해 보면 의도했던 감정과 주제가 잘 전달되지 않는 일이 벌어진다. 이때 편집은 전체 이야기를 조정하고 재구성한다. 관객이 보게 될 이야기는 여기서 최종 결정된다.
최종 결정 단계에서 무엇이 중요한가?
이야기가 잘 이해되고 몰입이 제대로 이루어지는지 확인한다. 또한 영화 전체의 흐름과 리듬을 확인하고 수정한다. 그 과정에서 장면의 순서가 바뀌거나 삭제되기도 한다.
실제로는 어떻게 한다는 말인가?
예를 들면 <잉글리쉬 페이션트>의 후반부에서 주인공 알마시는 자신을 독일 첩자라고 오해하고 죽이러 온 카라바조에게 자신의 과거 행동이 사랑하는 여인 캐서린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캐서린을 살리지도 못했다고 말한다. 원래는 두 사람만으로 이루어진 장면이었으나, 완성된 영화에서는 간호사 해나가 이 대화를 엿듣는 것으로 바뀌었다. 다른 장면에서 촬영했던 간호사 숏을 이 장면에 옮겨 설정을 바꾼 것이다. 해나가 알마시의 안타까운 사연을 알게 함으로써 이후 그의 안락사 요청을 수락하는 상황에 대한 감정적 설득력을 높인 예다.
좋은 편집의 기준은 무엇인가?
촬영본에 담긴 고유한 에너지와 감독의 의도가 효과적으로 전해지도록 이야기를 구성하고, 이를 통해 관객에게 영화적 감흥을 주는가 하는 점이다.
디지털 시대의 영화 편집은 이전과 무엇이 달라졌나?
쉽게 숏을 연결하고 수정할 수 있게 되었다. 반면 끊임없이 수정할 수 있기 때문에 편집을 확정짓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각종 효과를 편집실에서 손쉽게 시도해 볼 수 있게 되었지만, 단순한 컷으로 창의적 가능성을 발견하고 고민하는 여유가 줄어들기도 했다. 빠른 작업 속도 때문에 편집에 대한 사색과 감상의 시간이 사라지지 않도록 노력이 필요한 시대다.
이 책, <<영화 편집>>은 무엇을 말하나?
영화 편집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내용, 즉 편집의 기준, 편집의 발전 과정, 연속 편집과 불연속 편집, 시각적 논리, 리듬, 편집 기법 등을 개괄적으로 다루었다.
당신은 누구인가?
김진희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강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