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역사를 보는 눈, <보리스 고두노프>
러시아 역사에서 가장 혼란스러웠던 ‘동란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 역사극이다. 황태자 드미트리가 의문의 죽음을 맞고, 섭정인 보리스 고두노프가 황제 자리에 오른다. 보리스가 드미트리를 죽였을 거라는 의심이 커져 가는 가운데, 러시아 외곽의 한 수도원에서 수도사가 탈출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그는 스스로 죽음 황태자를 참칭하며 세력을 규합한다. 정부군과 반군의 갈등이 본격화할 때쯤 보리스 고두노프 황제가 죽는다. 반군은 크렘린궁을 점령하고 황제의 가족을 독살한다. 참칭자 드미트리가 새로운 러시아 황제로 등극한다.
예술 창조의 비밀, <모차르트와 살리에리>
누구보다도 예술을 사랑한 살리에리는 어려서부터 장인 정신에 기초해 음악에 정진했다. 노력의 결과로 음악적 성과를 거두고 영광을 누렸지만 천재 모차르트 등장으로 살리에리는 혼란에 빠진다. 처음으로 질투의 감정에 사로잡히게 된 것이다. 방탕한 천재 모차르트의 음악은 신의 언어였던 반면, 자신의 음악은 인간의 언어에 그쳤기 때문이다. 살리에리는 결국 모차르트를 독살하기로 한다. 인간애를 바탕으로 한 예술만이 위대하며, 질투에 사로잡힌예술과 예술가는 생명과 가치를 상실한다는 푸시킨의 예술관이 드러난 작품이다.
200자평
러시아 대문호 푸시킨의 희곡 두 편을 엮었다.
지은이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푸시킨(АЛЕКСАНДР СЕРГЕЕВИЧ ПУШКИН, 1799∼1837)은 러시아 문어(文語)의 창시자이며 러시아 문학의 표본이 된 작품을 쓰고 현실을 노래한 러시아의 국민 시인이다. 그는 19세기 후기 작가들의 눈에 러시아 문학의 초석으로 비쳤으며, 막심 고리키의 말대로 ‘시작의 시작’이라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의 예술 작품은 해당 장르 영역에서 오늘날까지도 전범이 될 만큼 예술적 가치와 시대를 앞서가는 작가의 실험 정신을 보여준다. 그의 상상력과 창의성은 규범과 장르적 경계선을 끊임없이 파괴했고, 언제나 새로운 도전과 가능성을 위해 열려 있었다. 시대를 달리하면서도 러시아 후배 작가들은 누구나 푸시킨의 시 정신을 기리고, 푸시킨을 글쓰기의 스승으로 존경하며 찬미했다. 많은 비평가 역시 푸시킨의 작품을 심도 있게 연구하면서 ‘모든 것을 포용하는 보편성’(도스토옙스키의 표현)을 강조했다. 그의 문학작품은 모든 예술사조(ISM)를 수용하면서 새로운 예술사조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그는 고전주의, 낭만주의, 사실주의의 모든 요소를 받아들이는 동시에 모든 것을 부정하는 아이러니한 대화를 하고 있다. 푸시킨 이후 러시아 문학의 모든 작가와 유파는 ‘푸시킨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만큼 그의 깊은 사상과 높은 교양이 내재된 위대한 작품은 계속해서 작가들에게 희망으로 남아 있다. 인간 이해의 보편성을 지향하고, 시민의 책임 의식을 강조하고, 삶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고결한 관념을 내포하고, 이성이 편견을 이기고, 빛이 어둠을 이기며, 인간애가 노예근성과 압제를 이길 것이라는 확신에 찬 푸시킨의 작품은 세계 어디에서나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옮긴이
조주관은 충북 옥천에서 태어나 대전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에 입학해 러시아어문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러시아 문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국비유학생으로 선발되어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OSU) 대학원 슬라브어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박사 학위 논문은 <데르자빈의 시학에 나타난 시간 철학(Time Philosophy in Derzhavin’s Poetics)>이다. 한국러시아문학회 회장과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세계문학연구소 학술 위원을 지내고, 2000년 2월에는 러시아 정부로부터 푸시킨 메달을 받았다.
현재 연세대학교 노어노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표 논문으로는 <데르자빈의 시학에 나타난 바로크적 세계관과 토포이 문제>(교과부장관상 수상)가 있고, 저서로 ≪러시아 시 강의≫, ≪러시아 문학의 하이퍼텍스트≫, ≪고대 러시아 문학의 시학≫(문광부 우수학술도서), ≪‘죄와 벌’의 현대적 해석≫ 등이 있다. 번역서로는 ≪러시아 현대비평이론≫, ≪시의 이해와 분석≫, ≪주인공 없는 서사시≫, ≪말로 표현한 사상은 거짓말이다≫, ≪자살하고픈 슬픔≫, ≪오늘은 불쾌한 날이다≫, ≪루슬란과 류드밀라≫, ≪뻬쩨르부르그 이야기≫, ≪검찰관≫, ≪타라스 불바≫, ≪보리스 고두노프/모차르트와 살리에리≫, ≪아흐마둘리나 시선≫, ≪보즈네센스키 시선≫, ≪오쿠자바의 노래시≫,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 ≪중세 러시아 문학(11∼15세기)≫, ≪16세기 러시아 문학≫, ≪17세기 러시아 문학≫, ≪17세기 러시아 풍자문학≫, ≪참칭자 드미트리≫(18세기 러시아문학 시리즈1), ≪노브고로드의 바딤/마차 때문에 일어난 불행≫(18세기 러시아 문학 시리즈2) 등이 있다. 현재 18세기 러시아 문학 시리즈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1막
2막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살리에리: 끊임없는 노력과 인내로
나는 무한한 예술에서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영광이 나에게 미소를 지었다.
난 인간의 마음속에서
내 창작물과 어울리는 화음(화성)을 발견했다.
난 행복했다. 평화롭게
내 노력과 성공과 영광을 즐겼다.
게다가 이 놀라운 예술계에서 동료들과
친구들의 노력과 성공에도 기뻐했다.
결코! 나는 단 한 번도 질투를 알지 못했다.
단 한 번도! 하물며 피치니가 거친 파리 사람들의
귀를 매혹시켰을 때에도
이피게니아의 첫 소절을
맨 처음 들었을 때에도.
오만한 살리에리가
언젠가 경멸스러운 질투자였다고
사람들에게 짓밟혀 목숨이 붙은 채로
힘없이 모래와 먼지를 핥는 뱀이었다고
그 누가 말할까?
아무도…! 그러나 지금
현재 난 질투자라고 나 스스로 말하리라.
난 질투하고 있다.
심오할 정도로 고통스럽게 질투하고 있다.
오, 하늘이시여!
정의란 대체 어디 있는가.
신성한 재능이, 불사의 천재가
불타는 사랑과 자기희생과 노력과 열정과
간절한 기도의 보답으로 주어지는 대신
저 게으른 망나니,
미친놈의 머리통을 비추고 있다…?
오, 모차르트, 모차르트!